여덟째 날: 산간오지 청년의 '작은 CPAN' 이야기

저자

@JEEN_LEE - 산간오지 자연청년, 도쿄에 살고있는 꽃청년 하지만 유부남, 한 때 Drip에 일가견이 있던 리즈 시절이 있었다. 블로그인 이빨까기인형을 운영하고 있으며, 기술적이며, 현대적인 Perl 관련 글을 꾸준히 올리고 있다. 주로 jeen이라는 닉을 사용한다.

나의 살던 고향은 꽃피는 산골

이번 주 금요일을 기해 도쿄에서 잠깐 동안 떠나 집으로 가게 되었습니다. 당연히 집에서는 "아이고 우리 막내 왔나~" 하면서 반겨주겠지만, 저는 일거리를 싸매고 집으로 가야할 형편이네요. 집에 가서 소 매니큐어 발라주고, 저녁에는 맥북을 열어 일거리를 해치워야 하는 현실, 인터넷 연결이 원활하지 못하다는 전제를 깔아두고, 오프라인 환경에서의 개발환경 준비를 서두르기로 했습니다.

CPAN 이 필요해요!

PerlCPAN을 사용하기 위한 툴에 불과하다.

이런 말이 전해질 만큼 CPAN은 없어서는 안될 존재입니다. 특히 제 일이 주로 Catalyst를 이용한 웹서비스 개발이라 이런 일은 CPAN 모듈에 대한 의존성이 특히나 더 높습니다.

다음은 제가 일하는 회사에서 진행한 한 프로젝트의 Makefile.PL의 일부입니다.

....
requires 'XMLRPC::Lite';
requires 'XML::LibXML';
requires 'Text::Xslate';
requires 'Mouse';
requires 'Archive::Zip';
requires 'MooseX::App::Cmd';
requires 'Data::Pageset';
....

$ cat Makefile.PL | grep requires | wc
  47     108    1698

어림잡아 명시적으로 사용하는 의존 모듈만 해도 무려 40개를 넘습니다. lib/extlib/ 디렉터리 아래에 넣어둔 여러 자작 모듈도 있고하니, 의존 모듈의 개수는 더 많겠지요. 아무튼 이런 모듈을 사용함에 있어 어떤 문제에 봉착했을 때, 결국은 CPAN 문서를 참고해야 하는 경우가 발생합니다. 하지만 어떻게 해요. 꽃피는 산골에는 인터넷이 없다는데...

그런 경우에 한 줄기 빛이 되는 것이 바로 CPAN의 CPAN::Mini 모듈의 존재입니다.

미러링, 그까이꺼!

CPAN::Mini - create a minimal mirror of CPAN

말 그대로 CPAN의 쬐그만 미러를 만드는 것입니다. 그럼 한번 만들어보지요. :-) 우선 CPAN::Mini 를 설치합니다.

$ cpan CPAN::Mini

CPAN::Mini설치가 끝나면 minicpan이라는 실행 파일이 생깁니다. 그냥 아무런 설정없이 냉큼 실행하면 오류가 발생하므로 홈 디렉터리 아래에 .minicpanrc 파일을 생성해서 다음과 같은 내용으로 채워넣습니다.

local:        /Users/jeen/Fun/minicpan/
remote:       http://ftp.jaist.ac.jp/pub/CPAN/
exact_mirror: 1

그리고 명령줄에서 minicpan을 실행합니다.

$ minicpan
Using config from /Users/jeen/.minicpanrc
Updating /Users/jeen/Fun/minicpan/
Mirroring from http://ftp.jaist.ac.jp/pub/CPAN/
===============================================================
authors/01mailrc.txt.gz ... updated
modules/02packages.details.txt.gz ... updated
modules/03modlist.data.gz ... updated
mkdir /Users/jeen/Fun/minicpan/authors
mkdir /Users/jeen/Fun/minicpan/authors/id
....

이제 .minicpanrc 설정 파일에서 local 항목으로 설정한 경로에 자신만의 CPAN 미러가 만들어집니다. 이 CPAN 미러가 차지하는 용량은 과연 얼마나 될까요? du 명령을 이용해서 한 번 확인해보죠.

$ du -h
.....
148K    ./authors/id/J/JE/JEEN
.....
1.4G    .

대략 1.4G 정도의 용량을 소모합니다. 요즘 같은 상황이라면 노트북이라 할지라도 그렇게 부담 될 용량은 아닐 겁니다.

RT @saillinux minicpan 으로 미러 하나 만드는 게 낫냐? 야동 하나 지우는 게 낫냐? - 트위터 링크

판단은 각자에게 맡기겠습니다.

미러링한 저장소 사용하기

이렇게 그냥 파일 당겨왔다고 끝나는 것은 아닙니다. 미러링한 CPAN을 사용하게끔 cpan 설정을 해줘야합니다.

$ cpan
....
cpan> o conf urllist unshift file:///Users/jeen/Fun/minicpan
cpan> o conf commit

이렇게 설정하고 난 후 cpan에서 모듈을 설치하려하면, 로컬의 CPAN 미러를 우선적으로 참고합니다. 물론 한 번만 미러링하고 끝나는 것도 아니고, 당연히 지속적으로 CPAN은 갱신되기 때문에 minicpan 명령을 실행해 갱신되는 CPAN의 항목을 로컬로 끌어와야합니다.

$ minicpan

푹~ 묵혀뒀다가 실행하게 되면 한 번에 대량의 모듈을 받아오기도 하고, 모듈 설치시 철 지난 버전의 모듈을 설치하게 될 확률도 있으므로 정기적으로 실행해서 갱신시킬 필요가 있습니다. crontab을 사용하면 간단하겠죠? :-)

하지만 모듈 검색은?

하지만 항상 웹을 통해 접속하는 CPAN 검색은 오프라인에서 포기할 수 밖에 없는 걸까요? 매번 터미널에서 칙칙한 화면으로 문서를 확인해야 하는 운명일까요?

$ perldoc [Module]

심지어 이 방법은 설치한 모듈의 문서만 확인할 수 있다는 단점까지 있습니다. 그래서 필요한 것이 바로 CPAN의 CPAN::Mini::Webserver 모듈 입니다. 다음 명령으로 CPAN::Mini::Webserver 모듈을 설치합니다.

$ cpan CPAN::Mini::Webserver

CPAN::Mini::Webserver를 설치하면 minicpan_webserver라는 실행 파일이 생깁니다. 한 번 실행해보죠.

$ minicpan_webserver
Using config from /Users/jeen/.minicpanrc
CPAN::Mini::Webserver: You can connect to your server at http://localhost:2963/

터미널에 출력하는 메시지에 나오는 주소로 브라우저를 이용해서 접속해보세요. 다음은 실제로 브라우저로 접속한 화면입니다.

minicpan_webserver 화면

음... 사실 미려한 구성은 아닙니다만, '나름 이거라도...'라는 심정이라면, 이 정도라도 꽤 쓸만합니다. 지금 우리는 오프라인이잖아요.

Modern MiniCPAN-ing

사실 전 cpan을 버리고 cpanm으로 옮긴 지 꽤 시간이 지났습니다. 거기에 최근의 1.1 버전의 cpanm은 미러 옵션이 생겼습니다. 다음 명령을 이용하면 cpanm에서 사용할 미러를 지정해서 설치할 수 있습니다.

$ cpanm --mirror file:///Users/jeen/Fun/minicpan --mirror-only Plack

물론 이렇게 사용하는 것은 너무 번거롭기 때문에 BASH와 같은 쉘을 사용한다면 alias로 설정해 간편하게 사용합니다.

alias minicpanm='cpanm --mirror file:///Users/jeen/Fun/minicpan --mirror-only'

이렇게 별칭을 설정하고 난 후 cpanmminicpanm을 상황에 맞게 적절하게 사용하면 편합니다.

$ minicpanm Plack

cpanm에 미러 옵션이 추가되자 마찬가지로 cpan-outdated에도 미러옵션을 추가되었네요. 다음 명령을 이용해서 미러링한 CPAN을 사용할 수 있습니다.

$ cpan-oudated --mirror file:///Users/jeen/Fun/minicpan | minicpanm

이렇게 간단하게 minicpan의 설정이 끝났습니다. 어때요? 참 쉽죠?

cpanm에 대한 자세한 정보는 CPAN의 App::cpanminus 모듈을, cpan-outdated에 대한 자세한 정보는 CPAN의 App::cpanoutdated 모듈을 확인하세요.

정리하며

이제 남은 작업은 회사의 분산 버전 관리 저장소에서 이번 한국 휴가 중 작업할 것들을 적당하게 복제해서 갈 일만 남았습니다. 그러고 보니 이제 이틀 남았군요. :-)

역시... 사람은 휴가 때 고생하지 않으려면 일을 제깍제깍 끝내야 됩니다. Phew-

참고자료

blog comments powered by Disqus